평일 저녁. 밤 10시가 늦은 시간 나는 PC작업을 좀 하던 중에, 와이프는 식탁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라면을 준비한다. 갑자기 사단이 난다. 팔팔 끓는 물을 라면에 넣고 유튜브에 정신팔려 있던 와이프가 실수를 해서 라면을 허벅지로 쏟은 것. 예전 같으면 "그걸 조심하지 못하고 뭘 어떡했길래 라면을 쏟아?", "칠칠맞게 왜 그랬어?" 라고 했을 터. 난 결혼 22년차다. 반사적으로 나올 말을 잠시 삭히고, '노련해야 된다.' '어차피 잔소리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라고 속으로 생각해본다. 그리고 상처입은 곳을 살피며 옷을 벗어 수습중인 와이프에겐 아무말도 건네지 않고, 바닥 청소를 시작한다. 식탁밑에 떨어진 진라면 한 덩어리와 여기저기 튄 라면 국물을 깔끔하게 다 정리하고선, '괜찮아~?' . '화상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