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빠 Blog

강남 8학군(도곡,대치동)에서 중,고등학생 자녀 키우면서 경험 하고 느끼는 점 / 육씨네

by 6cne.com 2024. 9. 3.

  강서구에서 강남 도곡동으로 이사 와서 거주한 지 8년이 되어가는 시점.  이사 올 때 중학생이던 딸은 어느덧 성인이 되어 의젓한 대학생이 되었고, 초등학생이던 아들은 이제 대학입학을 앞둔 고3수험생이다.

 이사를 온 지역이 도곡동이라 자연스럽게 이 쪽 학군 (대도초등학교, 도곡중, 역삼중, 숙명여고 등) 내에서 학교 배치가 되었고 자녀들은 대치동 학원가를 다니면서 학창 시절을 보내왔으며,  아이들의 교우관계 또한 이 동네 학생들 중심으로 형성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중산층의 맞벌이 부부로서 부득이하게(?) 학구열 높기로 유명한 이 곳에서 8년간 보고 느낀 특이한 경험들, 그리고 자녀들의 입을 통해서 들은 다소 이질적인 문화충격들, 그리고 나의 생각을 그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해보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나의 경험을 토대로 기록한 글이고, 자녀를 대치동학원가 일대에서 키울때 경험할 수도 있는 특이한 경험을 참고 삼아 기록한 것이니, 아래 적힌 내용이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보편적인 수준이라고 확대 해석 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 입학 조차 할수 없는 학원들

    강남구로 이사오기 전,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딸은 목동에 있는 국어논술학원을 다니던 중이었고, 해당 학원은 강남을 비롯한 타 지역에도 여럿 지점형태의 학원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 학원이었다. 학년별로 상/중/하 3개의 반을 나누어 운영 중이었는데, 딸은 목동에서 해당학년 상급반에 다니고 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대치동에 있는 같은 학원 입학을 위해서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상담받으러 갔더니 같은 학원이라도 수준 차이가 있으니 입학시험을 봐야 한다 했고, 지정해준 날짜에 딸이 시험을 응시했는데, 결과는 "수준미달로 입학불가 !"

    충격이었다. 목동의 상급반이 대치동의 하급반에도 못들어 간다니,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학원이라 하면, 당연히 많은 학생을 유치해서 돈을 버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대치동 학원은 좀 다른 듯 하다. 그 학원만 그랬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같은 체인 학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별로 이렇게나 수준차이가 많이 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좋은 학원을 다니려고 그 학원 입학을 목적으로 한 다른 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결국 딸도 그런 수순을 밟으면서 대치동에서의 학원생활이 시작했던 것 같다.

 

대치동 학원가 (2017.1.8)

대치동 학원가의 위세에 놀랐다. 국어논술학원은 입학 시험 떨어져 다른 학원을 알아봐야 하고,(나중에 중간고사 성적표 가지고 다시 오랜다) 수학학원은 간신히 제일 아랫반에 편성, (예비 중 2

6cne.com


 

  • "지금까지 애 이렇게 방치하고 뭐 하셨어요?"

    축구에 빠져 살던 아들이 축구하다가 발을 삐어서 대치동에 있는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를 봤을 때였다.

    이런저런 진료를 받고 진료실을 나오려고 할 때, 앉아있던 아들이 일어선 모습을 본 의사가 "얘 몇 학년이에요?"라고 물어보았고 "중학교 1학년입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정형외과 의사가 화들짝 놀래면서 "지금까지 애 이렇게 방치하고 뭐 하셨어요?"라고 나에게 꾸지람을 하는게 아닌가? 

    아들이 당시에 중1이었지만,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키 수준이었던 터라 의사가 좀 놀라했던 것인데, 당시엔 아들 키 작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던 시기라, 그려러니 하고 그냥 키우던 때였다.
    친구들과 놀고 있는 아들. 사진을찍으면서 아들이 형들이랑 노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키가 작아 보여 속상했던 날



    정형외과 의사가 말하길, 강남의 부모들이 성장주사는 거의 다 돈내고 다 맞힌다라고 하면서, 얘는 키가 너무 작아서 보험 처리될 수도 있으니 큰 병원 가서 성장호르몬 주사 맞힐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는게 아닌가. 처음엔 정형외과 의사가 아는 사람 소개시켜서 돈 벌려고 하는 수작이 아닌가 했는데 그런것도 아니었다.

    결국 의사의 조언대로 대학병원에 가서 '저신장'으로 진료를 봤더니 '저신장군'으로 분류가 되었고, 호르몬 수치도 극도로 낮은 상태여서 성장호르몬 처방을 받게 되었다. 물론 23시 전 취침과 줄넘기 운동, 우유섭취의 꾸준한 섭취 등과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도 권유받았던 것 같다.

    처방받은 성장호르몬 주사. 매일같이 지정해준 용량을 엉덩이에 투여한다.


    그렇게 하여 약 수년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매일같이 엉덩이에 맞았고 (보통은 엄마 아빠가 놓아주지만, 때로는 스스로 놓을때도 있었음), 우유는 하루에 가급적 1L씩 먹이려고 했고, 축구도 꾸준하게 했던 결과,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은 작다는 얘기는 안 듣는 수준까지는 큰 상태이다. 

    이게 주사의 영향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냥 안 맞은 것보다는 나아진 거겠지 하고 위로할 뿐이다. 

    고3인 현재 훌쩍 커버린 아들, 성장호르몬의 영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는 없다.

    요즘 '강남 아이들의 외모 관리 3종세트'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좀 과장되긴 했겠지만 성장주사/드림렌즈/치아교정의 3가지가 그 것이라는데, 당시 관련도 없는 의사가 권할 정도였으니, 이 동네는 성장 주사를 많이 맞히기는 하는 것 같긴 하다.

    그 만큼 자녀의 외모와 키도 경쟁력이라 생각하는 부모가 많은 듯 하다. 




  • 고3 수험생의 목적지는 재수학원?

    아침마다 학교 정문앞까지 통학시켜 줬던 딸.


    대체로 이 동네 학생들은 학구열이 높다.  학생들의 성적이 전국 평균보다는 대체로 높고, 또한 소위 말하는 SKY대학을 가는 학생의 비율이 꽤 높은 동네이다.  하지만 이 동네 모든 학생들이 한 번에 좋은 대학을 가진 못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고3 때 대입시험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아예 대치동의 유명한 재수학원을 입학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유명한 재수학원은 좋은 대학에 보내는 비율도 높고 유명한 강사들이 포진해 있다 보니 인기가 많고, 그런 학원들은 대학별 진학률 또한 관리하는 터라, 일정 수준의 성적이 되지 않으면 입학 조차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유명 재수학원에 바로 못 들어가는 성적의 학생들은, 그 보다 좀 더 낮은 수준의 재수학원에 일단 들어가서 성적을 올려 갈아타는 경우도 많다 한다. 정말 뜻이 있는 아이들은 대학입시에 전념하기 위해 자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니, 고등학생 3년의 과정이 정규 교육과정이라기 보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시기로 간주하는 느낌이다.

    아들과 딸이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한 얘기들을 되짚어 보면, 개개인 맞춤형 지도부터, 개인 고민 상담 및 코칭, 인성 및 마음 관리 등에서 학원의 전문 강사들이 학교 선생들보다 더 열정인 듯 해 보였다. 학원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피드백 전화통화는 필요시 수시로 할 뿐 아니라, 그 통화시간도 10여분을 넘기기도 하는데, 학교 선생님과는 거의 통화해 볼 일이 없었던 것 같다. 뭐 학교 선생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는 행위가 금기시 되는 일이기도 하니깐. 

    그도 그럴 것이, 학교 선생님과 면담을 했던 기억을 돌이켜 보면 학교 선생들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앳된 사회 초년생들인 경우가 많았고 (회사로 치면 사원/대리급), 학원 선생들은 이 쪽의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으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이동네에서 학원은 안다니고 학교만 다닐것이라면 내신 등급만 떨어질테고 전혀 메리트가 없다. 

    입시에 최적화된 전문 강사들이 대치동 학원가를 기반으로 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고, 그러다 보니 돈이 몰려 대치동의 강사들의 연봉 또한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상태. 좀 유명한 강사들은 1년 수익 100억 넘는 게 기본이라니 말 다했다. 강사들도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어떻게든 본인 네임밸류를 키우기 위해 입시를 위한 전문가가 되어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입시준비를 위해서는 학교수업보다는 학원 쪽으로  쏠리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고, 이제는 '대치동에서 용 난다'라고 한다. 

    인강이 워낙 발달해서 가끔은 대치동 학원가에 꼭 다녀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 부모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이 동네는 재산이 많은 부자들이 사는 곳은 아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여유 있고 행복한 삶을 즐기기에 이 동네는 완전불합격이다. 학원가 픽업 때문에 저녁시간이면 도로가 주차장 수준이고, 여유롭게 주차하고 들어갈만한 식당도 많지 않을 뿐더러, 인근의 극장은 몇 십 명 들어가는 작은 규모로 만들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백화점(한티역 롯데백화점)이나 마트(역삼 이마트) 또한 타 지역에 비해서 엄청나게 작고 주차도 복잡하며 , 한적하게 산책할만한 공원 같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거 환경 면에서 보면 안 좋은 조건을 거의 다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집값이 오르는 이 동네는, 어찌 보면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잠시 자녀를 키우느라 거쳐가는 동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여유롭게 돈을 쓰면서 즐기는 노년층은 잘 보기 힘들다.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수준 높은 학원을 보내려는 수요가 있다 보니 뛰어난 강사가 있는 학원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그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려면 일반적인 학원비의 1.5~2배 정도를 감당해 내야 한다. 자녀 학교/학원 목적이 아니면 사실상 이 동네에 거주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한다.

    자녀 한 명이 대치동 학원 2~3군데를 다니게 되면 학원비만 200만원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고, 자녀가 두 명이면 한 달에 300-500만원 정도의 비용을 거뜬히 감당해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집안에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경우를 제외하면, 월 소득이 꽤 되는 일류기업의 부장/임원급인 경우이거나, '~사'로 끝나는 고소득 종사자가 많은 듯 하다. 

    와이프가 아들 초등학생이던 때 학부모(엄마) 모임에 나간 적이 있는데, 좀 흔했던 엄마들의 직업이 의사, 약사, 대학교수였다하고,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전업주부라 했던 기억이 난다.  대치동에서 아이 키우면서 아이엄마가 전업주부일 정도이면, 아빠의 월 소득 수준이 꽤나 높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 곳은 생활비외에 수백만 원의 학원비를 감당하면서도 기본적인 생활 여력이 되는 학부모들이 아이들 대학 보내기 전에 잠시 거주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 이 동네는 공부 열심히 하는 범생이들만 있을까?

    천만에요. 

    한 때 유치원생 자녀를 둔 회사 동료 여직원이 이사를 고민하다가 나에게 대치/도곡동 쪽 분위기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분과 대화를 하다 보니, 막연히 이 동네 살다 보면 아이는 주변환경에 휩쓸려 공부 열심히 하고 모범생처럼 학교, 학원, 집만 오갈 것이라는 허황된 상상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과거 X세대 부모들이 클 때와는 환경이 다르다.  과거에는 멋 안 부리고 다른데 관심 별로 갖지 않고 모범생 같이 생활하는 애들이 공부를 잘 할 확률이 높았겠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오히려 이 동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용돈이 많거나, 어울리는 아이들 또한 수중에 돈이 많을 가능성이 높아서 그 돈을 소비하기 위한 활동에 더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쪽 학원가에 유흥시설이 없지 않냐고? 버스 한 번만 타면 휘황찬란한 선릉역, 강남역이다.  경제적인 여유는 좀 있는데, 워낙 바빠서 자녀에 올인하지 못하는 부모도 많다 보니 방치되어 방황하는 아이들 또한 많아 보인다.

    이 동네 중학교 앞에는 명함 건네면서 연예인 지망생 되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사람들도 종종 나타난다고 한다. 딸도 여러번 기획사 명함을 받아와서는 엄마에게 연락해 보라고 졸라 댔던 기억이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강서구에 살 적에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딸의 여고 시절. 가끔 보면 여고생들이 다 똑같이 생긴 것 같다



    차마 글로 적기 부적절한 사례도 많이 접했는데, 우연찮게 듣거나 목격한 것들로 치면 이 동네 아이들이 더 소위 말하는 '날티'나고 버라이어티 하다. 씀씀이가 크다 보니 그만큼 활동의 유형이나 장소가 넓어지는 것이다. 이 동네에 살아도 내 아이는 착하고 바르게 공부 열심히 하면서 모범생처럼 학창 시절 보낼 것이라 바라는 것은 착각이자 과욕이 아닐까 싶다. 

    즐길 땐 즐기더라도 학생의 본분을 잊지 않도록 하고, 부모 자식간 대화를 자주 하고 나쁜 행동이나 말, 습관 등을 하지 않도록 타이르고, 큰 틀에서 일탈의 폭을 줄여주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런 노력에 실패했지만.




  • 간접적으로 느낀 주변 친구들의 소비 패턴


    중학생이던 딸이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했던 때가 생각난다. 요즘은 중학생 때부터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생겨서 연예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라 반대할 일도 아니지만 이 동네 이사오자마자 학창 시절의 연예생활이 시작될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딸이 만나는 이 동네 또 다른 집안 아이들의 소비패턴과 가정환경을 간접 경험하게 되었는데,,,

    내 신발 가격은 20만원을 넘어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아이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선물로 50만원 가량되는 신발이 오고 가는 것에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사실 딸이 50만원 넘는 운동화를 받을 당시 나는 회사 출퇴근용으로 3-4만원짜리 신발을 신고 있었다)

    30만원 이상하는 소니 WH-1000XM5 헤드폰이나, 에어팟프로2 정도는 아이들 사이에서 애교스러운 선물이다.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 자꾸만 이렇게 선물을 하나 싶은데, 씀씀이가 일반적인 학생 수준은 아니긴 했다. 

    고등학생들의 선물 수준


    용돈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이성관계에서 각종 기념일에 주고받는 선물 수준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금은 과하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물질만능주의에 쩔어서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그런 애들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좀 여유있게 용돈을 받는 학생들이랄까?

    딸,아들 녀석도 자연스럽게 그런 친구들의 씀씀이를 보편적인 수준으로 인지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평균수준에 맞춰서 생활했으면 하는 나와는 수많은 마찰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그 때마다 돈의 소중함을 주지시키곤 했는 데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 아들/딸만 지지리 궁상 떨게 할 수는 없어서, 그 수준을 조금씩 맞춰주는 쪽으로 조금씩 변화를 줬던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주변 학생이 씀씀이가 큰 게,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는 환경에 태어난 아이들 탓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복이지.


  • 대치동의 학부모들에게 배우는 점

    가끔씩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대치동 학구열이 높은 부모들을 정신병자 수준으로 치부하는 글을 보곤 한다. 공부가 전부가 아닌데,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을 시킨다던가,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부모의 욕심대로 강요하는 그런 부모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그런 모습의 부모들이 간혹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이곳에서 살면서 간접적으로 봐왔던 가족의 모습은 사실 그러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보면서 배울 점이 더 많았다고나 할까?

    주말에 강제로라도 외식을 해야 대화를 조금이나마 더 할 수 있는 아이들



    아들 딸의 연예상대 가족 외에, 내가 이 동네 학부모들을 직접 접할 기회는 사실 많지 않았다. 주말 저녁에 인근 식당에서 보게 되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의 대화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가족의 모습을 통해 잠시나마 그 들의 가정환경을 추리해본 게 전부이긴 하다.  하지만 대체로 보면, 드라마나 인터넷상에서 그려지는 학구열에 불타는 열성적인 부모들의 모습보다는, 다들 마음의 여유가 있고 친절하고 대화가 많은 그런 부모들의 모습이 대다수였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딸, 아들이 만났던 연예상대의 부모들도 조금은 남 다른것 같다. 그 쪽 가족 외식자리에 우리 아이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같이 하는가 하면, 여자친구 집에서 아들이 여자친구 부모님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게다가 식사 후에는 부모께서 친절히 차로 태워 우리 집까지 데려다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그냥 동네 아이들 집안이 여유로운 집안이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면 마음의 여유도 많은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아파트에서 오고가며 마주치면 인사가 몸에 베여 있는 부모들과 아이들도 오히려 이 동네에서 자주 보게 되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어쩌면 이 동네도 엄청나게 넓은 스펙트럼으로 그 부모들의 수준이 분포되어 있는데, 스카이캐슬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그런 부류는 내 수준에서 마주칠 기회가 없었던 것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좀 놀라운 점은 학부모들이 자녀에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인지, 대체로 '관리하는' 엄마 아빠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점. 저녁마다 골프 가방을 메고 왔다 갔다 하는 앞집 아줌마부터 시작해서, 나는 잘 이용하지 않지만 아파트 헬스장에는 꾸준하게 사람들이 북적댄다.

    학부모들끼리 단체로 모일 기회가 졸업식 아니면 거의 없는데, 딸아이 여고 졸업식에서 만났던 학부모들의 모습에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다들 관리해서 그런가 다들 왜 그리도 날씬하고 젊어 보이던지.

    많은 이동네 학부모들이 대체로 타 지역 부모들에 비해서 더 열성일 가능성이 높지만, 티비나 드라마에서 보아 왔던 무개념 학부모들을 본 경험은 거의 없고, 오히려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품과 본인 및 가족에 대한 투자가 몸에 베인 듯한 면을 많이 접하면서 때로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할 때도 많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은,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좋은 기회를 가질 확률은 높여준다.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많은 부모들이 어느정도 희생과 투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집값과 학원비가 비싼 이 동네로 몰려드는게 아닌가 싶다.

 학원가를 중심으로 발달한 지역이니 만큼 타지역에 비해 좀 유별난 면들도 많다. 학원비도 타 지역에 비해서 비싸고 아이들의 씀씀이도 높고. 하지만 이 동네 학생들이 물질 만능주의에 쩔은 이기적인 아이들도 아닐 뿐더러, 삶의 수준에 따라서 편 가르고 하는 아이들도 아니다. 타의든 자의든 학구열 높은 부모밑에서 약간은 유복하게 자라면서 좀 더 좋은 학교를 들어가고 노력하는 평범한 청소년들?. 그리고 학부모들 또한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것 처럼 교육에 미친 이기적인 그런 부모의 모습도 아니라는 점이 이 동네 살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이다.  

이 동네에서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은 착실한 모범생이겠지? 이 동네 사는 애들은 다들 공부 열심히 하겠지? 돈 많은 집안 아이들이면 성격이 지랄 맞겠지? 대치동 부모들은 다들 자기자식만 잘 됐으면 하는 유별난 사람들이겠지? 등등 흔히들 대치동에 대해서 오고가는 얘기들은 거의 대부분 맞지 않는 사실이다. 

다 사람 사는 동네라 이 동네라고 뭐가 특별하겠냐만, 대학입시에 특화된 동네이다 보니 다른 곳과는 좀 다른 뭔가도 있고, 또 별반 특별한 동네도 아니라는 그런 점을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