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에 결혼을 하고, 그리고 2년 뒤 아기를 갖게 되고,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다는 설렘에 아기 탄생과 더불어 여러 가지를 준비하던 중에 "가족 홈페이지"를 떠올렸고 그것을 만든 지가 딱 20년이 흘렀다.
지금은 '티스토리를 이용한 블로그' 형태를 띠고 있지만 당시엔 블로그라는 용어조차도, 그런 서비스도 없던 시절이라 직접 웹호스팅을 받아서 디자인까지 직접 해 가며 만든 '개인 홈페이지'형태였고, 어쨌든 가족의 일상기록이나 생각 등을 웹상에 기록하는 '블로그'의 형태로 운영한 지는 올해로 20년째이다.
방문자가 없더라도 예쁜 아이들과 가족의 기록을 남기고자 했던 터라, 그 기록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않고 약간의 편집과 함께 진열장에 전시해 놓은 것 마냥 블로그에 올려 놓는 것이 뿌듯했던 것 같다.
많이 찾지는 않는 Private한 공간이지만 누구나 지나가다 볼 수 있는 곳에 나의 소중한 가족들의 일상 기록과 나의 생각을 올린다는게 꺼려지기도 했다. 세상이 좀 무섭던가? 어떤 형태로 내가 올린 콘텐츠가 재 가공되어 활용될지 모르는 세상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의 추억을 공개적으로 전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우리 아이들의 일상 사진을 퍼가서, 마치 본인이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본인 블로그에 꾸준하게 육아일기를 쓰는 희한한 블로거도 있었고, 내가 찍고 내가 쓴 정보성 글을 그대로 퍼다가 본인이 쓴 글 처럼 올리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던 것 같다. 육씨네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허락없이 사진을 퍼 가서 출처없이 활용하는 경우는 부지기수.
초등학생 아들의 운동장에서 노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 플랫폼에 올리고 블로그에 게시하였더니 (https://youtu.be/IUTW2LklV8A) 수많은 사람들이 '복근'을 진지하게 해석해서 악성 댓글을 달아서 재밌는 경험을 하기도 했고, 아들이 비싼 축구화(잔디용)를 용도에 맞지 않게 흙이 있는 운동장에서 좀 신었더니 (https://youtu.be/YYGdjinUjFE), '축구도 모르는~' 부터, '냅둬 강남에 산대잖아~' 하면서 비꼬는 댓글들이 달리기도 하였다. 아들이 취미생활로 하던 스태킹 영상을 찍어 블로그에 게시했더니 (https://youtu.be/GwCROT_gvVs?si) 또 순간의 실수를 끄집어 내서 그게 마치 엄청나게 수작을 부린것 마냥 비판적인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런 안 좋은 경험들이 여러 형태로 쌓이면서, 때론 블로그의 수많은 기록들을 '비공개' 처리하기도 하고 유튜브에 올려둔 어린 시절의 추억영상들 또한 '비공개' 또는 '삭제'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을 비판적으로만 바라보는, 그리고 굳이 시간 내어 악성 댓글을 달아주는 그런 사람의 반응이 싫다고 해서, 수년간 기록해 온 가족의 추억저장소를 소극적으로 관리하는 건 안 되겠다 싶어서 계속한 게 어느덧 20년이 되어 버렸다.
어느덧 블로그를 만들 때 태어났던 아기는 대학생 신분의 성인이 되어버렸고, 남자친구도 생기면서 그 아이만의 세상이 또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 어찌 보면 지금 내 딸이 결혼해서 나와 같은 블로그를 만들어 기록을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다.
어느덧 자녀들이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콘텐츠의 주인공이 아이들에서 부부로 바뀌어 버렸고, 부부의 기록 및 일상이 블로그의 메인 주제가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사진에서 영상으로 그 콘텐츠가 옮겨 가면서 자연스럽게 유튜브 구독자도 생기고 본의 아니게 유튜버가 되어 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주인공이 아이들에서 부부로, 콘텐츠 형태가 사진에서 영상으로, 내용이 추억에서 기록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20년간의 소중한 추억저장소를 그냥 묵혀 두기 보다는, 현 시점에 나에게 필요한 용도로 계속 가꾸어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면 다 기억속에서 사라질 나의 생각들과 기록이 이런 블로그가 있음으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더 의미있는 기록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꼭 보여주려고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글, 나의 생각, 나와 와이프의 기록영상, 그리고 그 사이 오고가는 대화에서 일부 누군가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동기부여를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의 시청자분들의 댓글을 보고 있다보면, 정말 소수의 누군가는 보잘것 없는 나의 생각과 기록에서 조차 공감을 얻고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는 분이 계시다는게 놀랍기도 하다.
기록하지 않으면 보여줄 수 없다. 나 또한 누군가의 기록을 통해서 뭔가 깨닫고 느끼고 영감을 얻기도 하고 삶에 도움이 되는 꿀팁등을 많이 얻고 있다.
20년 전 블로그를 만들때 다짐했던 야심찬 목표인 아이들과의 추억을 남기는 것은 더이상 불가능 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또 다른 형태로 내 삶의 기록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기록이 앞으로의 행복한 기억을 만든다
내가 언제 행복한 지를 기록해야 더 행복할 수 있다
기록은 기억을 보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