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Blog

아빠 출근길을 배웅하는 아이들 (2016.2.2)

6cne.com 2016. 2. 5. 09:17

예전에는 집안에서 아이들보고 뭘 가져오라고 시키면 아무런 말대꾸없이 말을 잘 듣던 아이들이, "아빠가 가져오면 되는데 왜 우리를 시켜요 ?" 한다거나, 아이들의 잘못 (예를 들면 물건을 어지럽히고 치우지 않는) 을 지적하면, 아빠가 쓰는 물건이 흐트러져있는걸 지적하면서 "아빠도 치우지 않으면서 왜 우리만 탓해요 ?" 하는등, 아빠를 부끄럽게 만드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덕분에 내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경우가 많긴 하다만, 아빠엄마 말이라면 선생님의 가르침보다 더 우선시 여기고, 사소하고 다소 유치하기도 한 것들에 박수치며 기뻐하는 모습, 어른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만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던 모습들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습득하는 지식으로 인해 점점 없어지고 있다 보니, 이러한 순간순간의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게 되면 그 모습 또한 얼마 지나면 다시 못볼 거라는 생각에 기록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출근날 아침 보통의 경우에는 큰 아이는 식탁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잘 다녀오세요~" 라고 식탁에서 배웅하고, 둘째 연준이는 엘레베이트 앞에까지 나와서 아빠의 출근길에 아침 배웅인사를 한다. 그것도 엘레베이트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더 아쉬울때에는 엘레베이트가 몇층을 내려가고 있는 순간에도 들어가지 않고, 위에서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 " 하는 소리가 수도 없이 들린다. (엘레베이터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민망해 지기 일쑤다). 연준이가 너무 과도한 배웅인사를 하는게 시간낭비인것 같고, 인사한번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것 같아, 언젠가 그냥 식탁에서 앉아서 인사하고 끝내라고 시켰더니, 오히려 몇일동안 현관문/엘레베이터까지 주루룩 달려나오는 모습이 다시 보고 싶어져서, 요즘엔 그냥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내버려두었다.


2월 2일, 큰아이 연주가 중학교 졸업식을 몇일 앞둔 아침, 연준이는 늘 그럿듯이 엘레베이터까지 팬티차림으로 쫄래쫄래 나와서 인사를 할 기세인데, 왠일로 연주가 현관 앞에 까지 나와서 배웅을 한다. 난 무의식중에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이 또한 얼마 지나면 다시는 보기 힘든 모습일 꺼라는 생각에,,, ㅜ.ㅜ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 하니, 팬티만 입은 모습은 나오면 안된다고,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고개만 빼꼼히 내민다.
(아이들이 수년간의 학습효과로, 엥간한 사진들은 이 곳 육씨네에 올라가서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될 거라는걸 인지하고 있다. )



차분하고 논리적이고 혼자서도 척척 자기할 일을 잘 챙기는 큰아이 연주는 매년 우수어린이상을 받으면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덧 중학생이 되는게 기특하기만 하다만, 가끔은 아이들처럼 애교도 부리고 스킨쉽도 많이 하고 투정도 부리는 그 어릴적 모습이 너무도 보고 싶을때가 많다.





사진을 찍는 사이에 큰 아이는 다시 식탁으로 돌아가고, 둘때 연준이는 여전히 들어갈 생각을 안한다. 아침이면, "아빠 !! 안녕히 다녀오세요 ↗ "를 수도없이 외치는 바람에 옆집에 많은 민폐를 끼치고 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순간에도 여전히 저 위에서 연준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난 이 모습이 너무 너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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