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동안 나는 한사람한테 푹 빠져서 멍하게 지냈다.
밤근무를 하는 동안이었는데, 낮시간에는 3시간씩밖에 안자고
다운받아놓은 '커프'를 시청하느라 고된지도 몰랐다.
방영당시 인기있었던 드라마였는데, 종영후에나 이런 드라마가 있었는지 알았고,
병동식구들 몇명에게서 재밌었다는 얘기를 듣고 보기 시작했다.
17부작이었으니까, 총 3일 하루에 6편씩 봤나보다.
단기간에 보니 한편의 장편영화를 본 듯했다.
만사를 제쳐두고 드라마에 빠져서
집안도 엉망이고, 연주연준이한테도 신경많이 못쓰고,
교육기간이라 간만에 일찍들어오고 있는 신랑 밥도 못챙겨주고,,,
이제 이글을 마지막으로 일상으로 돌아오려한다.
은찬(윤은혜)을 무지 귀여워하고 예뻐하고 사랑스러워하는 한결이(공유)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고, 창현이와의 연애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가슴 설레이게 된다.
나도 저런 연애를 한번 하고 싶다, 남자한테 저런 사랑한번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지만,
사실 우리의 처음도 그들 못지 않았던것 같긴하다.
1998년 7월 농활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뒤 서울에 도착하여 다시 기타하나 달랑 메고 밤기차타고 경포대에 갔던 그때가 생각난다. 객차안에는 우리둘밖에 없어 창현이가 기타쳐주며 노래하고 바닷가에서 놀던 그때..
오늘로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지 13년, 결혼한지는 5년이 되었다.
창현이와 연애하는 감정으로 즐겁게 살고 싶은데, 이젠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있어
궁금한것도 없고,신비로운것도 없고... 이젠 정으로 똘똘 뭉쳐 그저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느부부나 다 우리같을까?
아무튼 결론은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사랑한다는 말도 아끼지 말고, 맘에 없는말들로 상처입히지 말고, 서로에게 늘 신선하게 다가갈수 있도록 내 자신도 잘 가꾸어야겠다.
기억되는 장면들은
한결이 "니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이제 상관없어. 정리하는것 힘들어서 못해먹겠으나꺼,가보자. 갈때까지 가보자"하면서 은찬에게 키스하는 장면..
한결이 그 다음날 가게에 출근하기 위해 운전하며 갈때의 밝은 표정...
한결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친구,가족 모두 무시하고 상관없다고 모두 정리할때까지 난 힘들었어. 나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해"하면서 가슴치며 우는 장면..
한결이 "아직도 분이 안풀려.자다가도 불쑥불쑥 화가 치밀어올라."은찬이 사랑한다는 말에 다리에 힘풀려 쓰러지며 "내가 너보다 더 사랑해"하고 쇼파에 쓰러지며 미소짓는 장면...
한결이 은찬이가 드레스입은 장면을 볼때 침을 한바가지 흘릴듯하면서 놀라는 장면..
한결이 은찬이 유학보내기로 맘먹고, 2층 테라스에서 은찬의 머리를 넘겨주며 "내가 널 책임져 줄수 없다는걸 알았고, 자신이 발판이 되어 니가 더 성장하고 발전했으면 좋겠다"하고 안아주는 장면..
그리고, 가장 기억남는 장면은...
네 주인공들이 한성의 집에서 파티하던날
와인을 원샷하고,,유주의 머리를 쓸어넘기는 한성의 손길을 부러워하는 은찬을 본 한결이
은찬의 머리를 뒤에서 쓰다듬으며 한성을 향해 입모양으로 "예쁘지"하면서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다.
이 장면에서는 내가 한결을 좋아한게 아니라 공유를 좋아한 것 같다.
드라마 여기저기서 값지게 드러나는 공유의 표정연기는 내가 그동안 좋아했던 남자 연예인 조인성,현빈 그 누구보다도 최고다. 너무 자연스럽다. 옷맵시도 죽이고,,,옷이 사람을 만드는 거니깐,,창현이에게 입혀도 무지 잘 어울릴꺼란 생각도 잠시 해봤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나중에 공유가 출연했던 드라마나 영화를 한번씩 쭉 챙겨보고 싶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0u&no=32477&page=1
http://gall.dcinside.com/list.php?id=coffeeprince&no=75562
이제 다시보기는 그만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잠시나마 삶의 휴식이 되어준 커프에 감사한다.
엄마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