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왔다. 오래도 아닌 약 50일간 캐나다에서 생활했을 뿐인데 서울집에 오니 그동안 몇년간 나에게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집으로 오는길의 지하철, 집에 있는 수도꼭지 하나부터 엘레베이터, 자동으로 잠기는 집 도어락, 비데가 있는 좌변기, 가스렌지 등등도
먹을것도 없는 썰렁한 집에서,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자는둥 마는둥 밤을 세며 아침이 되자 마자 차량세차및 점검을 하러 차를 몰고 나왔다. (원래는 밤새 배가 고팠던 관계로 아침 눈뜨자 마자 장을 보러 가려 했으나 서울에 24시간하는 대형마트가 없었다. ㅜ.ㅜ ) 운전하는길에 차안에서 음악을 듣는데 응답하라1994에 나온 "서울이곳은-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 노래가 나오는데 혼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캐나다에서 얼마나 있었다고, 서울에서 3년넘게 타고 다녔던 이 알페온 차량을 오랜만에 운전을 하니 내 차 또한 낯설게 느껴지는게 웃긴다. 내가 원래 살던 곳에 왔는데 왜 어색하지 ?
직진차선에서 갑자기 좌회전차선으로 바뀌어 버려서 애써 옆차선으로 옮겨야 하는 서울의 시내도로도 낯설고, 용을 쓰고 끼워주지 않으려는 주변차량들, 그리고 수시로 앞을 치고 들어오는 택시들, 양보를 해줘도 고맙다는 수신호없이 그냥 쎙 하니 사라져 버리는 서울 사람들,
텅빈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서 대형마트에 들렀는데, 뭔가 어색하다. 식품 가격이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게다가 무언가가 없어 보인다 했더니 베이글을 포함한 각종 빵들이 없어도 너무 없고, 소시지 햄등의 가공식품을 포함한 냉동음식들의 종류가 너무 없다. 한국마트에서 장볼때 식품 선택의 폭이 이리도 좁았었나 ?
서울 돌아오면 당연히 모든게 편안하게 느껴겠지 생각했는데 꼭 그런것만은 아니었다. 모든게 그렇듯 익숙한게 편하긴 하지만 어느순간에 익숙한것이 항상 정답은 아님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익숙하다 해서 그것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언제나 적응해 가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