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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Blog

나의 놀라운 대처능력. 칭찬해~!!

by 6cne.com 2023. 6. 7.

평일 저녁. 밤 10시가 늦은 시간

나는 PC작업을 좀 하던 중에, 와이프는 식탁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라면을 준비한다. 
갑자기 사단이 난다. 팔팔 끓는 물을 라면에 넣고 유튜브에 정신팔려 있던 와이프가 실수를 해서  라면을 허벅지로 쏟은 것.

예전 같으면  "그걸 조심하지 못하고 뭘 어떡했길래 라면을 쏟아?", "칠칠맞게 왜 그랬어?"  라고 했을 터.

난 결혼 22년차다. 

반사적으로 나올 말을 잠시 삭히고, '노련해야 된다.' '어차피 잔소리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라고 속으로 생각해본다.

그리고 상처입은 곳을 살피며 옷을 벗어 수습중인 와이프에겐 아무말도 건네지 않고, 바닥 청소를 시작한다. 

식탁밑에 떨어진 진라면 한 덩어리와 여기저기 튄 라면 국물을 깔끔하게 다 정리하고선,  '괜찮아~?'  . '화상 치료법 찾아보니 바세린 바르고 거즈로 덮으래~!'  라고 태연하게, 그리고 젠틀하게 대처했다. 

와이프는 화상으로 아파하는 와중에도 나의 행동에 만족했는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뭔가 다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 답지 않은 아주 훌륭한 행동이었다. 

난 크게 바뀐게 없다. 분명  '얼마나 유튜브에 정신팔려 있으면 라면을 다 쏟아~? 정신차려 ! ' 라고 했을 나인데, 순간적으로 생각과 다르게 행동을 한 것일 뿐

나이 50이 다 되어서 깨닫는다.  때론 연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이게 부부생활의 요령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