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가 한동안 아침 돌보미 선생님하고 학교를 등교하면서, 아침마다 떼를 쓰고 학교를 가기 싫어 하고, 교실에 앉은 후에도 돌보미 선생님 가는거 보러 교문까지 뛰어 나올 정도로 학교수업을 재미없어 하는것 같아 골치거리중의 하나였다.
알고보면 돌보미선생님과 우여곡절끝에 헤어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웃으면서 친구들하고 잘 지내고 수업도 잘 받는다는데,
그래서 칭찬점수도 시도해보고, 회초리로 혼도 내보고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구립어린이집 다니다가 예원유치원으로 6세에 옮겨갈적, 4-5세부터 유치원 다니던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친구들이 있었던 반면에 연준이는 아는 친구가 없어 초반에 적응을 못하고 친구가 없어서 가기 싫다고 떼를 쓰다가, 2-3달 뒤에 친구들이 생기면서 많이 좋아졌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냥 시간문제라고 보고 5월까지 지켜보았으나 연준이가 개선될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고심끝에 돌보미선생님한테 맡기지 않고 친척인 이모에게 맡기기로 하고, 이모를 설득해서 보냈더니 예전과 다르게 많이 달라졌다.
학교가 싫었던게 아니라 돌보고 선생님이 모든 응석을 다 받아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싫어했던 것이었다.
연준이가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는게 아닌가 싶어 오랜동안 고민하게 만들고, 선생님과의 상담도 하고, 심지어 돌보미 선생님은 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할 정도로 속상했었는데, 정말 다행이지 싶다.
그나 저나 어제는 연준이가 종이한장을 들고 왔는데, 자세히 보니 "초등학생 수영대회" 공문중의 일부였다. 전체공문이 아니라 기준기록이 있는 부분만 한장 들고온게 좀 이상하긴 했다. 연준이 말에 의하면 학교에서 수영대회 신청자 받는데 반에 연준이 포함 두명이 수영을 배우고 있어서 대회 나가겠다고 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수영 열심히 할 테니 지금 수영장 가서 훈련 하자고..
주말에 수영강습을 배우도록 하고 있긴 하지만, 수영을 좋아라 하지는 않는것 처럼 보이던 녀석이라 어제의 연준이 반응은 정말 의외였다.
평소에 내가 즐겨보던 펠프스 동영상까지 티비로 보여달라고 하면서 정말 진지하게 수영대회 나갈 생각인 것처럼 보였다.
대회기준기록을 보면 사실 저 기록은 하루에 몇시간씩 선수반을 준비하는 초등학생들의 실력이다. 연준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대회이다. 연준이가 25미터에 40~45초정도 걸리니, 50미터면 80 ~90 초. 대회참가 기준기록은 50 미터에 51초.
연준이의 의지가 대견하고 기특해서 그 자리에서 딱 잘라서 못나간다 말하진 못했지만, 대회 나가고 안나가고 떠나서 어제는 참 흐믓했다. 연준이한테 경험쌓게 하는 의미에서 대회 나갈 준비를 시켜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도저히 무리이다.
다음날 아침 학교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학교내 대회가 아니라 서울시 전체에서 하는 큰 대회라 수영선수급 되는 친구들의 신청을 받는데, 연준이가 자랑스럽게 손을 들었던 터라,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더니 그래도 나가겠다고 했다 한다.
선생님은 최근 연준이가 한동안 학교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담도 하고 주의깊게 살펴보던 중에, 최근들어서는 연준이가 많이 변화한 모습을 보고 칭찬을 해주고 있던 때라, 연준이가 수영대회 나가겠다고 하는걸 말리지는 못했던 것이라고. 그래서 공문의 여러장 중에서 대회참가 기준기록 부분만 연준이 편으로 보내준 것이라 한다.
선생님이 연준이 기를 죽이지 말고 잘 설명하시라고 하는데, 어쨌던 간에 연준이가 자신있게 대회를 나가겠다고 한것 자체는 너무나 칭찬할 만한 일이다.
연준이가 누나처럼 아직은 다재다능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자신감 만큼은 보통이 아닌것 같아 너무나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