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여운이 남는 영화 '행복의 나라'
배우 이선균의 마지막 유작이 되어버린 영화, 행복의 나라.
여름휴가가 시작된 주말에 하남의 스타필드에 일이 있어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화를 볼까 하다가 CGV 미사에서 급하게 예약하고 보게 된 영화이다.
영화 순위에서는 3-4위 밖에 되지 않고, 개봉한 지 10일이 지났지만 누적관객 58만 명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관객의 관심에는 좀 멀어진 영화 같은데, 이선균의 유작, 그리고 서울의 봄 영화와 시대적 배경이 겹친다는 것으로, 여러 정치적 사건들에 관심이 많은 우리 부부에게는 꽤나 취향에 맞는 영화가 아니었다 싶다.
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지식하면서도 군인으로서의 신조를 중요시 하는 캐릭터 박대령의 역할과 마약사건 혐의로 생을 달리 한 이선균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이 많이 되었다.
영화를 다 보고 걸어나오는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박대령 역할에 감정이입했던 이선균이, 현실속에서 모두가 손가락질을 하는 마지막 순간에 그런 선택을 하도록 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10/26 사태와 관련해서는 김재규 장군 (당시 중앙정보부 부장) 의 존재만 좀 알았지 그 외 조력자들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영화를 통해서 박흥주 대령(영화속에서는 박태주 대령) 에도 관심을 갖게 된 점도 좋았다.
대학에 진학할 수 없을만큼 엄청나게 가난했고 이 때문에 등록금이 면제된 대학교인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한 것으로 나와있고, 군인으로서 매우 유능해서 사건이 발생하기 1년 전인 40살(1978년)에 이미 대령을 단 인물.
영화의 시대적 환경을 작게 회사에 대입해 보면, 조직에서 조직장을 하면서 현실과 이상 그 안에서 내가 나름대로 정립한 나만의 조직관리에 관한 신념, 그리고 그 신념와 나의 상급자들간의 견해 차이, 또는 조직원들이 처한 현실에 따른 갈등과 고민. 그 안에서 고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영화 속에 조금이나마 보이는 것 같아 여운이 참 많이 남는다.
좀 더 크게 바라 보면, 수십 년 전부터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개인을 희생해 가며 이뤄낸 결과들이 최근 들어서 많이 훼손되고 있어서 많이 아쉽다.